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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박물관으로 가보자!"

이제 와서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시는 인스턴트 라면. 간식거리로 밤참거리로, 잔업 때 긴급 식사거리로, 재해대비용 비상식량으로 매일 여기저기서 대활약 중인 우리 일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되었죠. 국내 연간 소비량만 해도 무려 54억 식(2014년도/사단법인 일본 즉석식품공업협회 조사)에 달한다. 말하자면 국민 일 인당 연간 42.4식. 즉 여러분이 월평균 서너 번은 먹는다는 계산이 됩니다. 이 정도면 과연 국민식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인기는 일본 국내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세계 연간소비량을 살펴보면 아니 이런 1027억 식(상동)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상상하기 어려운 양이지만 전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먹는다고 하는데 '세계 식품'이라는 칭호도 시야에 넣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우주비행사가 '우주여행' 때 챙겨가는 식량이 되었을 정도니까요. 덧붙이면 작가 본인도 집에 상시 5개는 사재는 필수품이기도 하지요. 집에 늦게 돌어갈 때나 경제적으로 궁핍할 때 얼마나 도움을 받았을꼬. 대체 누구십니까? 이렇게 대단한 걸 발명하신 분이?

이런 연유로 이곳은 오사카부 이케다 시에 있는 그 이름도 '인스턴트 라면 발명 기념관'으로 안내하고자 합니다. 무엇을 감출꼬 이곳 바로 이케다 시가 '인스턴트 라면이 발상지'. 그 발명가이자 닛신식품 창업주이기도 한 안도 모모후쿠 씨의 자택이 있으며 정원에다가 지은 '작은 연구실 건물'에서 1958년에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이 지금은 '금방 맛있게, 아주 맛있게'로 잘 알려진 그 치킨라면을 발명한 것입니다. 인스턴트 라면의 역사와 그 발명 과정에서 있었던 '발명∙발견'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전하기 위해 1999년에 세워진 게 바로 '인스턴트 라면 발명 기념관'이랍니다.

기념관 안에는 인스턴트 라면 탄생에 관련된 일화와 발전의 역사, 제조법 등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프와 건더기를 섞어 오리지널 컵라면을 만들 수 있는 '마이 컵라면 공장'(사전 예약 없음, 유료)이나 치킨 라면 수체험을 할 수 있는 '치킨 라면 팩토리' (사전 예약 있음, 유료) 등도 있어서 대단히 인기가 있다나요. 어련히 재미있을까요!

인스턴트 라면 탄생에서 '2005년 우주여행'까지

인스턴트 라면 발명 기념관에는 한큐전철 다카라즈카 선 이케다 역에서 내려 남쪽으로 도보 5분 거리. '라면 로드'라는 이름이 붙은 길을 곧장 가면 되므로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건물 정면에는 컵라면 대좌에 서서 치킨 라면 봉지를 한쪽 손에 들고 미소 짓는 동상이. 여기 서 계신 이 분이야말로 인스턴트 라면 탄생의 아버지 안도 모모후쿠 씨라 이 말씀입니다. 그런고로 기념관 안으로 들어 가 볼까요. 밝은 입구에서 시설 내부 지도를 찾았으면 자, 출발!

마법의 라면'이 태어난 작은 연구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재현된 안도 씨 '연구실'. 연구실이라고 해봤자 고작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에서나 나옴 직한 목조로 된 작은 건물인데.... 밖에는 짐받이에 밀가루 부대를 싣고 운반했다는 자전거와 국물이 돼버린 닭의 생전 모습이. 입구에는 면을 펼쳐서 말리는 모습도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실은 다다미 4.5장 넓이 정도 될까요. 알전구에다가 추시계. 중국요리 냄비에다가 볼, 저울, 국자, 소쿠리, 찜통 등등 어느 가정에나 있는 부엌도구가 즐비하게. 인스턴트 라면이라고 하면 뭔가 첨단기술로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런 '부엌'에서 만들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안도 씨는 이곳에 박혀서 일 년 동안 잠자는 것도 아끼면서 개발에 몰두했다는데.

그런 안도 씨가 목표로 한 건 '언제든지,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가정에 상비할 수 있는' '뜨거운 물만 있으면 금방 먹을 수 있는' 라면이었습니다. 작은 연구실에서는 안도 씨가 개발을 위해 고안한 여러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커다란 물뿌리개. 이건 완성된 국물을 면에 뿌릴 때 골고루 맛이 스며들게 하기 위한 것. 그리고 양념을 한 면을 일 인분 씩 수제 철망을 된 면 튀김기에 넣고 커다란 중국요리 냄비에 기름으로 튀겨 순간적으로 건조시키는데(튀길 때는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냄비 속 영상이 재현됩니다.), 이건 바로 아내가 튀기던 튀김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는데. 면을 기름으로 튀김으로써 면 수분이 날아가 건조되고 동시에 면에는 많은 (튀김옷처럼) 구멍이 생깁니다. 건조함으로써 보존할 수 있게 되고 또 뜨거운 물을 부어 넣을 때 이 작은 구멍 속으로 뜨거운 물이 스며들어 금방 원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왜 국물은 닭 국물이었을까요? 어느 날 연구실 옆에서 키우던 닭이 조리 중에 갑자기 날뛰는 것을 본 어린 아들이 놀래 닭고기를 못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닭으로 고운 닭 국물 라면은 맛있어했다고. 그때 국물을 닭고기 수프로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후일 안도 씨는 '세계에서 닭을 먹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러므로 닭고기 국물맛은 전 세계에서 통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이리하여 1958년 원조 인스턴트 라면이 된 '치킨 라면'이 완성됐습니다. 당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치킨 라면을 '마술 라면'이라고 불렀습니다.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 '상온에서 보존 가능' '적당한 가격' '위생적이고 안전' 게다가 '맛있다'. 이게 바로 치킨 라면의 '마술'입니다. 안도 씨가 발명한 '마술 라면'은 지금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으며 세계의 음식을 바꾼 20세기 굴지의 대발명으로 불립니다.

인스턴트 라면 궤적을 따라가 봅니다.

작은 연구실을 나와서 왼쪽으로 뻗은 하얀 벽의 전시물을 따라가 봅니다. 이 전시물은 안도 씨가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하고서 어떻게 보급을 하고 전 세계의 사람에게 보급되었는지 등 인스턴트 라면 발전사를 소개하고 그 발전 역사를 영상과 사진, 실제 사용된 도구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치킨 라면 탄생 !

먼저 왜 '라면'이었을까부터 시작됩니다. 벽에 붙은 모니터에는 패전 후의 시가지 영상이. 안도 씨는 패전 직후 어느 겨울밤 오사카의 암시장에서 한 라면 야점에 20미터가 넘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봤다고 합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 그것도 라면 한 사발 때문에 이렇게까지 줄을 서는 걸까, 역시 인간에게는 '먹는 게' 절실한 거로구나.... 그때 느꼈던 절실한 체험이 인스턴트 라면 개발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치킨 라면 대량생산으로

완성된 치킨 라면은 애초에는 가족이 총동원돼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모님이 국물을, 아이들이 봉지에 넣는 걸 돕고, 상자에 넣는 일도 가족 모두가 하면서 매일매일 운반했다고. 그런 어는 날 오사카의 백화점에서 한 시식회에서 치킨 라면이 주부의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대성황이었다고 합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뚝딱 만들어지니까요. 고객의 반응을 확신한 안도 씨는 치킨 라면을 전국으로 보급하게 시키겠다고 판단하고 완전 자동화에 따른 대량생산을 목표로 공장을 건설합니다.

컵라면 탄생

안도 씨는 인스턴트 라면을 세계로 보급하기 위하여 미국에 치킨 라면을 가지고 시찰을 떠났습니다. 물론 미국인들도 흥미진진. 하지만 여기서 난관이. 미국에는 대접도 젓가락도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인 바이어가 종이컵에 치킨 라면을 쪼개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포크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본 안도 씨가 힌트를 얻었는데, 맞습니다, 그게 바라 '컵라면'이죠! 그리고 1971년에 '컵라면'이 탄생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뜨거운 물'만 있으면 완성되는 '궁극적인 인스턴트 라면'인 것이네요.

그 밖에도 안도 씨 아이디어는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컵 중앙에 면이 머물게 하는 '중간보조 구조'는 컵에 면이 밀착하므로 운반으로 면과 컵이 부서지는 것을 막고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도 면 밑으로 물이 돌면서 면이 균일하게 풀리게 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필름 뚜껑은 비행기 기내에서 나눠주는 마카데미아 피너츠가 들어간 봉투에서 힌트를 얻었다거나 등등 정말 구석구석까지 궁리했다는 게 잘 알 수 있습니다.

세계의 식품으로

이리하여 외국에서도 먹게 된 인스턴트 라면. 다음 섹션을 보면 어느 정도 세계에 보급되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벽에 커다랗게 써 붙인 세계지도에는 나라별로 연간 총수요가 빨간 컵라면 기호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 3.8, 나이지리아 15.2, 베트남 50.0, 미국 42.8, 중국 444.0.... 단위는 저게 모두 억이랍니다.

전 세계 컵라면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토마토 맛에 크리미한 타입, 야채가 듬뿍 들어 있는 것에서부터 스파이스가 강한 매운 것들 나라마다 풍토와 기호에 맞추어서 제조한다고 합니다. 태국의 똠양꿍 맛을 먹은 적이 있어요. 아주 매운 맛이 맛있었어요.

인스턴트 라면이 우주로

2005년 7월 26일 발사에 성공한 우주선 디스커버리호. 일본인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 씨와 함께 세계 최초로 우주식 라면 '스페이스람'이 날아올랐습니다. 국물은 간장 맛, 된장 맛, 카레 맛, 돼지사골 맛 4가지. 우주의 비등점 70도에서도 면이 풀리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미각조차 바뀐다는 무중력공간에서도 지구에서의 맛과 변하지 않는 맛있는 맛에 노구치 씨도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우주선 안에서 라면을 먹는 노구치 씨, 왠지 아주 행복해 보입니다. 노구치 씨는 귀환 후 지구 상공에서 '기념관'(이 있는 근처)을 찍은 사진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념관 모습은 확인할 수 없지만 부근에 '이곳'이라고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보시기 바랍니다!

아빠들에게는 안도 씨 사진이나 훈장, 자필로 쓴 연초 인사 등이 전시된 '안도 모모후쿠의 발자취'는 어떨까요? '식족세평(食足世平/식이 넉넉해야 세상이 평안하다.)' 등 여러 명언을 남긴 '모모후쿠 어록'이나 안도 씨가 아시아의 영웅의 한 명으로 게재된 타임스지 아시아판 '60년 동안의 아시아의 영웅' 특집호 같은 전시물을 볼 수 있습니다.

기념관 명물! 오리지널 컵라면과 수제 치킨 라면

자 다음에는 드디어 오늘 메인이벤트인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코너입니다. 좋아하는 국물과 건더기를 골라서 오리지널 컵라면을 만들어 보는 '마이 컵라면 공장'과 밀가루로 치킨 라면을 직접 손으로 만드는 '치킨 라면 팩토리'가 있습니다. 양쪽 모두 힘이 들어갑니다, 영차!


먼저 기념관 안쪽에 있는 '마이 컵라면 공장'으로 이동. 이미 젊은 사람 그룹과 커플, 아이와 부모 단체로 시끌시끌. 중국 등지에서 온 아시아 지역권 관광객들도 다수 눈에 띕니다. 이곳에서는 익숙한 컵라면 용기에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좋아하는 건더기와 국물을 고르거나 자기만의 오리지널 컵라면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코너입니다. 자 그럼 한번 해 볼까요!

일단 자동판매기에서 '컵'을 삽니다, 한 개에 300엔이니까 필요한 대로 산 다음에. 내 뒤에 있던 아주머니는 세 개나 사셨습니다. 컵을 산 다음에 손을 깨끗이 씻습니다. 과연 식품이니까 첫째로 위생이죠.

그럼 먼저 컵 중앙의 공백 부분에 컬러 펜으로 자유롭게 디자인을 하고, 살짝 옆을 보면 컬러풀한 꽃을 그리는 사람, 치킨 라면 캐릭터 '병아리'를 그려넣는 사람, 뭐가 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생물을 그리는 사람들..., 어떻게 할까요. 그림 소질이 없는데 자신 있습니다. 한참 고민한 후 녹색 펜을 잡고 '맛∙있∙겠∙다'를 크게 썼습니다. 물론 맛있으니까 괜찮은데 너무나 정직한 감각에 나 자신도 놀래고 맙니다.

마이 컵을 손에 쥐고 카운터로 이동. 그러자 도우미 아가씨가 웃으면서 내 것을 받아 면을 넣어 줍니다. 단 기계를 움직이는 건 자기가 직접. 바로 앞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시계 방향으로 여섯 번 돌리면 아까 전시에서 본 것처럼 면이 철커덕 셋팅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역전의 발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스프를 고릅니다. 표준(간장 맛), 시푸드, 카레, 칠리토마토 맛 네 가지 중 하나를 선택. 대체로 여자는 시푸드나 칠리토마토 맛, 남자는 표준이나 카레 맛이 인기랍니다. 이번에는 왕도인 표준 간장 맛을 선택. 덧붙이면 스태프 아가씨가 추천하는 맛은 '카레에 치즈를 얹은 진한 맛'이라고도 하네요.

자, 드디어 건더기 고르기. 동결 건조된 새우, 맛살, 차사오, 치즈, 콘 등 12가지에서 4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모처럼 만드는 거니까 비매품인 병아리, 기간한정 특선재료에 아스파라, 달걀을 골랐습니다. 맛을 상상해가면서 고르는 게 굉장히 즐겁네요. 여기에다가 뚜껑을 덮고 필름으로 포장하고 마지막으로 에어 패키지 안에 '마이 컵라면'을 넣고 봉하면 완성...자기가 말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썩 나쁘지 않네요. '맛∙있∙겠∙다' 디자인. 분명히 맛있을 겁니다.

만들다 보니 배가 고파지신 분들은 시식실로 가십시오. 여기에는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어, 칸사이 지역에선 살 수 없는 지역한정 상품과 비행기 비즈니스석 이상의 한정 라면(애니메이션 나루토가 비행기그림으로 되어있습니다.) 등을 먹을 수 있습니다. 동일본과 서일본각각의 지역에 맞게 스프맛을 바꿔 출시하고 있는 돈베이 키츠네 우동도 양쪽 모두 판매하고 있으니 먹어 보시고 맛을 비교해 보시는 건 어떠실지요. 중앙 정원을 바라보면서 좀 전까지 보아 온 여러 가지 고생한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되새기면서 드셔 보시죠! (마이 컵라면 공장/ 치킨 라면 팩토리에서 만든 라면은 이곳에서는 시식할 수 없습니다. 판매상품은 변경될 경우가 있습니다.)

치킨 라면 팩토리

자 시간은 오후 2시 25분. 이제 슬슬 2층에 있는 '치킨 라면 팩토리'로 가 볼까요. 넓은 조리실습장 같은 방에서 여러 개 테이블로 나누어서 앉습니다. 같이 자리를 한 사람은 교토에서 온 간호사 4명, 초등학교 3학년생 남자아이와 어머님, 근처에 사신다는 남자 어르신 두 분. 각자 준비한 앞치마와 반다나를 두르는데 남녀 모두 병아리 무늬가 박힌 반다나가 귀엽네요. 대충 설명을 들은 다음에 일제히 작업 테이블로 이동.

먼저 볼에 가루(밀가루, 마, 비타민이 섞었다는데)를 넣고 손가락으로 재빠르게 휘저으면서 물 반죽(간수, 소금)을 해갑니다. 점점 반죽이 돼갑니다. 그럼 그대로 계속해서 반죽에 반죽해갑니다. 주먹 크기 정도로 될 때까지 아무튼 반죽합니다. '빨리 더 빨리 반죽하세요.'하고 스태프가 부드럽게 재촉하는데 뜻밖에 힘이 드는데요.

다음으로 면 막대기로 생지를 누릅니다. 이것도 생각보다 딱딱해서 체중을 싣지 않으면 좀처럼 어렵습니다. 면 만드는 게 생각보다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두께 1센티 정도로 늘린 후에 제면기에. 레버를 둘려서 롤러 사이에 넣어서 생지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한 두 번 하는 게 아니라 열 번 정도 합니다. 우동을 만들 때 발로 밟아서 졸깃하게 만드는 작업이 있는데 이 공정은 그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오른팔이 아파지네요.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베이고요.

이쯤에서 잠깐 생지를 놓아둡니다. 그 사이에 다시 패키지 디자인. 이번에야말로 좀 멋있게 그렸다 싶었는데... 그림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 그릇에 '만들었습니다.'라고 쓴 글씨. 에그 아쉽네요.

잠깐 숙성시킨 후에 다시 제면기에 넣어서 마지막으로 두께 0.7밀리, 길이 2미터 정도까지 늘립니다. 다음에는 면 제단. 제면기 칼날로 면이 발처럼 가늘게 나옵니다. 이것을 쉬지 않고 가위로 잘라 갑니다. 길이는 20센티. 이 길이가 면을 헹구는 데 마침 적당한 길이라는군요. 그리고 100그램분을 달아 일식 분으로 합니다.

이렇게 해서 면이 완성. 이 면을 스태프가 삶는 사이에 계속해서 일러스트 작업. 다시금 패키지하고 격투를 벌이는 시간. 앞에 앉은 초등학생 남자아이의 작품은 '열탕 3분, 냄비에 1분, 치킨 라면'이라는 캐치 카피를 힘있게 쓴 것. 제법 멋이 있는 솜씨인데요. 옆의 간호사들은 병아리를 눈사람이나 목욕하는 모습으로 그렸는데 색상이 다양하면서 유쾌한 패키지. 나도 질세라 배경에 오렌지 줄무늬를 그려넣었습니다.

이래저래 하다가 면이 삶아 져서 스태프가 국자로 국물을 넣었습니다. '재빠르게 면을 풀어서 빨리 섞으세요.'라고 스태프 목소리에 면을 손으로 휙휙 풉니다. '확실히 면을 풀어서 국물이 면 전체에 베도록 하세요.'라는 소리에 모두 말없이 열심히 저어댑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면을 틀에 넣어 가까스로 160도 기름 속에. 이 공정은 위험하므로 스태프가 해 주웠습니다. 직직 기름에 여우처럼 노란색으로 변하는데. 이게 바로 안도 씨가 발명한 초기 때부터 하는 '순간 유열 건조법'입니다. 실제로 보면 박력 있습니다. 야, 겨우 완성됐습니다. 좀전에 디자인한 봉지에 완성된 면을 봉하면 완성. 오렌지 줄무뉘가 꽤 그럴듯해 보입니다.

흘끔 시계를 보니 90분. 금방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밀가루가 점점 모습이 바뀌면서 면이 만들어지는 게 즐거웠습니다. 간호사들도 '정말 즐거웠다.', '직접 만들어 보니까 감동했다.', '먹는 건 간단한데 직접 만들어 보니까 정말 힘드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덧붙이면 치킨 라면 팩토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이 필요합니다. 참가비는 중학생 이상이 500엔, 초등학생이 300엔. 대상은 초등학생 이상/ 3학년생 이하는 작업을 도와줄 보호자가 있어야 합니다.

인스턴트 라면 타임 터널

오리지널 '마이 컵라면'과 자기가 만든 '치킨 라면'을 손에 들고 마지막으로 인스턴트 라면 타임 터널을 뚫고 돌아갑니다. 이것은 1958년 '치킨 라면' 제1호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닛신식품에서 발매된 인스턴트 라면 상품 패키지가 연대별로 전시된 '인스턴트 라면 터널'입니다. 패키지 수는 약 800가지. 치킨 라면 발매 후 수년 후에는 벌써 카레 맛이나 야키소바 맛이 나왔구나 하는 게 잘 알 수 있습니다.

1971년 컵라면 지점에서 남자가 멈춰 서 있습니다. 어릴 적 생각이 나는 걸까요. 이렇게 인스턴트 라면의 변천사를 보고 있노라면 분명히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닛신 야키소바 U.F.O.'가 발매됐을 때, 핑크 레이디가 춤을 추면서 3분 동안 기다렸다 등(몇 살인지 들켜버리겠는데요...), 이 우동 패키지 입시 공부 때 먹었던 거구나, 라면으로 인생을 말할 버리네요.
출구 부근에는 최신 컵라면이. 시대를 반영해서 반복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에코용기 등도 나옵니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에 스며든 인스턴트 라면 우리들과 함께 동시대를 같이 걷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한 이케다에서는 살짝 '역사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사카 북부에 자리 잡은 이케다 시는 예로부터 물류의 요충지로 발달한 도시입니다.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노세 가도'는 오사카 호쿠세쓰와 그 안쪽 지역에 있었던 노세∙단바와 대도시 오사카를 잇고 재목과 옷감, 술 등을 운반하는 사람들로 번창했다고 합니다. 오래된 마을의 풍경 속에 지금까지 명주를 만들어 온 '고슌'이나 '미도리이치' 등의 술도가를 보노라면 그 자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라쿠고 뮤지엄'에서는 이케다를 무대로 한 가미가타 라쿠고 '우시호메' '이케다노 시시카이'를 통해 에도 시대의 이케다를 회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일찍이 '북쪽의 수도'로 불린 이케다 시내. 약간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이케다 성지 공원'에서 시내를 전망해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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